아이 오브 비홀더 [1] by 로드 설링

읽을꺼리 2007. 5. 9. 00:25 posted by 조재형

아이 오브 비홀더  by 로드 설링

(The Eye of the Beholder)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은 1959~1965년 사이에 미국에서 방영된 TV시리즈입니다.(KBS TV에서 방영했던 것은 80년대에 다시 제작된 시리즈입니다.) 환상특급은 로드 설링(Rod Serling)이라는 걸출한 작가가 창조해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가 풀어놓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흠뻑 빠져들었다...고 스티븐 킹이 쓴 공포문화 비평서 "죽음의 춤(Danse Macabre)"에 적혀 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아이 오브 비홀더(The Eye of the Beholder)는 설링이 쓴 각본이며, 1960년 11월 11일에 방영되었습니다. 환상특급의 에피소드들 중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1. 오프닝 화면


나레이션: 인간의 지식을 초월한 5차원의 세계가 있다. 그 곳은 우주처럼 광활하며, 영원처럼 시간의 한계가 없다. 그 곳은 빛과 그림자, 과학과 미신, 인간 공포의 밑바닥과 인간 지식의 꼭대기 사이에 위치한 중간세계. 그 곳은 상상력이 빚어낸 차원의 세계. 우리는 그 곳을 환상특급의 세계(The Twilight Zone)라 부른다.


인간의 눈이 황혼녘의 불타는 태양으로 변하는 오프닝 화면 등장.


2. 실내. 병실. 밤.

병실 안에는 덜렁 침대와 그 옆의 작은 탁자뿐이다. 카메라가 천천히 침대로 접근하다 침대에 누워있는 자넷 타일러를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고정된다.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붕대로 칭칭 감싸져 있고, 입있는 곳만이 살짝 붕대가 벌어져 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살아있기를 단념하고 그녀의 신체 일부분임을 포기라도 하는 듯이, 그녀의 양손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약병들을 실은 수레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붕대얼굴이 소리나는 쪽으로 움직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병실 안쪽에서 문쪽을 바라보는 시점.

간호사가 들어와 문 옆에 수레를 놓아둔다. 침대를 비추는 조명의 위치로 인해 병실 가장자리는 어둡게 되어 있고, 그 때문에 간호사는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이고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간호사의 목소리에는 직업적인 무뚝뚝함과 지루해하는 느낌이 배어있다.


자넷: 간호사?


간호사: 수면제 가져왔어요.


자넷: 벌써 밤인가?


간호사: 9시 30분입니다.


4.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자넷

그녀의 얼굴이 천장을 바라본다.


자넷: 오늘 낮은 어땠죠?


간호사: 뭐가요?


자넷: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해가 나왔나요? 날씨는 따뜻했을까?


5. 카메라가 간호사쪽으로 이동

카메라가 간호사 등쪽을 찍는다. 간호사가 침대로 와서 붕대를 감은 여자에게 약을 먹인다.


간호사: 따뜻한 편이었어요.


자넷: 구름은요? 하늘에 구름이 있었어요?


간호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목소리에는 지겨운 기색이 역력하다.


간호사: 있었겠죠 뭐. 맨날 하늘만 쳐다보고 사는 게 아니라서 잘 몰라요.


간호사가 수면제 약병을 주머니에 넣고는, 온도계를 흔든다.


자넷: 난 구름을 보는 걸 많이 좋아했어요. 구름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잖아요, 그러면 구름이 재미있는 모양으로 변해요. 간호사 언니도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배, 사람, 양치는 목장... 별의별 모양이 다 나와요. 정말이에요. 아주 오랫동안 구름을 보고 있으면요.


간호사: 이제 체온을 재겠어요.


간호사가 자넷의 입쪽으로 체온계를 움직인다.


자넷: 저기,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


간호사: 뭐요?


자넷: 언제쯤... 언제쯤이면 이 붕대를 풀 수 있을까요?


6. 체온계 근접촬영

자넷 입으로 향하던 체온계를 다시 간호사가 가져간다.


7. 다른 각도로 길게 찍은 화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질문에 반응해서 몸을 돌리는 간호사. 자넷의 머리가 간호사쪽을 향한다.


자넷: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간호사: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께서 환자분의 얼굴을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할 때 붕대를 풀거에요.


자넷: (조용한 목소리로) 오. 내 생각엔... 내 생각엔 내 얼굴상태가 무척 심각한 것 같아요. 그렇죠?


8. 간호사 어깨 너머에서 자넷을 바라보는 시점.


간호사: 더 상태가 안좋은 환자도 있었어요.


자넷: 그치만 내 얼굴도 무척 심각해요. 그렇죠? 상태가 아주 안좋다는 거 나도 알아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내가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부터... 사람들이 전부다 나를 피해다녔어요. 맨처음으로 충격받았던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어린애가 나를 보더니 비명을 질러댔어요.


9. 붕대얼굴 옆면을 근접촬영.

자넷이 또다시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절망과 고통 그리고 분노의 감정이 실려있다.


자넷: 나는 아름다워지는 걸 원치 않아요. 그림처럼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어요.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잠시 침묵) 내가 원하는 건 그저... 그저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비명을 지르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붕대얼굴이 간호사쪽을 향한다) 언제죠? 언제쯤이면 붕대를 벗을 수 있어요?


10. 간호사 뒤에서 바라보는 시점.

간호사가 자넷의 입에 체온계를 물리고는 몸을 돌린다. 가까이서 지켜보는 카메라는 간호사의 얼굴 아래 몸통부분을 찍고 있다. 간호사가 카메라를 지나서 병실 가장자리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카메라 고정.


간호사: 내일쯤. 어쩌면 그 다음날. 자넷은 지금까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잖아요... 이제와서 이틀을 더 기다리나 몇 주를 더 기다리나 상관없잖아요?


11. 침대쪽을 향하는 시점.

자넷의 얼굴이 끄덕거리며, 상관없다는 뜻을 표시한다. 간호사가 시계를 보더니 침대로 와서 환자 입에서 체온계를 빼내 흔든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지나 병실 밖으로 나간다.


12. 실내. 병원 복도. 밤.

길고, 밋밋하고, 동굴같은, 터널같아 보이는 복도다. 흐릿한 조명 밑을 지나는 사람들-의사, 간호사, 환자-은 어둠 속에 묻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자넷의 병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접수 데스크가 있다. 그 곳에는 간호사 한명이 카메라를 등진 채 앉아있다.


13. 복도 끝에서 멀리 떨어진 접수 데스크를 보는 시점.

자넷과 같이 있던 간호사가 카메라 뒤에서 나타나 데스크로 걸어간다.


14. 인터컴 호출기를 멀리서 촬영.

카메라가 간호사 뒤에 머문 채, 접수 데스크 위의 인터컴쪽으로 이동.


15. 간호사의 손 클로즈업.

간호사가 인터컴 버튼을 누른다.


간호사: 닥터 버나디. 307호 환자 저녁 상태입니다. 현재 휴식중. 체온변화 없음.


의사 목소리: (인터컴을 통해 나옴) 고마워요, 간호사. 나중에 내려가 볼께요.


간호사가 버튼에서 손을 뗀다.


간호사 2: 그 여자 얼굴 봤어? 307호?


간호사: 그랬지. 내가 만약 그런 얼굴이었으면, 스스로 무덤을 파서 몸을 던져버렸을거야. 불쌍한 인간이지. 그 지경이 돼서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다니!

(잠시 침묵) 담배 있어?


카메라 앞으로 담뱃갑이 지나간다. 자넷의 간호사 손이 담뱃갑을 받아들고서 담배 한개비를 꺼낸 뒤, 카메라 시야를 벗어난다. 성냥불 켜지는 소리가 들리고,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카메라가 휙 돌아가며 연기 사이로 길게 늘어진 복도와 자넷의 병실쪽을 비춘다. 여기서 카메라 고정. 카메라 뒤에서 나와 복도쪽으로 걸어가던 간호사 둘이 순간적으로 굳어진다. 정지화면과 함께 환상특급의 사회자 겸 대본작가인 설링의 목소리가 나온다.


설링의 목소리: 잠시동안 시간과 공간을 정지시켰습니다.


자넷의 병실에서 설링이 걸어나온다. 설링 뒤에는 돌처럼 굳어버린 간호사 둘이 서있다.


설링: 여러분은 조금전 미스 자넷 타일러를 만나보셨습니다. 그녀는 지금 아주 개인적인 어둠의 세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붕대의 사이즈, 두께, 길이로 이루어진 세계인 것입니다. 잠시후 우린 다시 이 병실 안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붕대 속 얼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잠시 침묵) 명심하세요. 앞으로 무엇을 보게 되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이 곳은 평범한 병원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307호 환자도 평범한 여성이 아니니까요. 이 모든 것이 환상특급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307호 환자 미스 자넷 타일러와 함께 환상특급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