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오후 킹씨 가족과 왕자님은 차를 타고 시크릿 로드에 있는 마녀 헤이즐의 흉칙스런 집으로 갔습니다. 달려오는 차를 보고 고양이 바스타는 노란 눈이 휘둥그래져서 소리를 지르더니 도망가 버렸습니다.

마녀의 집으로 달려오고 있는 차는 킹씨 가족의 예쁜 빨간 캐딜락도 아니었고, 왕자님의 미스트 그레이 컬러 메르세데스 390SL 승용차도 아니었습니다. 너무너무 오래돼서 툴툴툴 소리가 나고 기름이 줄줄 새는 차였습니다.

킹씨 가족과 왕자님은 벼룩들이 즐겁게 뛰어다니는 헌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마녀 헤이즐을 속이기 위해서 불쌍하게 보이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들은 마녀의 집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녀 헤이즐이 문을 열었습니다. 마녀는 길쭉한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마녀의 코 끝에는 사마귀 하나가 나 있었습니다. 검은 마술 쿠키를 많이많이 만들기 위해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공포의 재료들을 휘젓고 있었기 때문에, 마녀에게서는 개구리 피, 부엉이 심장, 개미 눈알 냄새가 났습니다.

"왜 우리집 문을 두들기고 난리야?" 마녀가 킹씨 가족과 왕자님을 향해 꽥꽥 소리 질렀습니다. 마녀는 헌 옷을 입고 있는 킹씨 가족과 왕자님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리 꺼져. 난 지금 바쁘다구!"

"우리는 오렌지를 구하러 캘리포니아로 가고 있는 불쌍한 가족입니다." 왕자님이 말했습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마녀가 사납게 소리 질렀습니다. "자꾸 귀찮게 굴면 당신들 확 오렌지로 만들어 버리겠어! 알아 들었으면 잘 가라구!"

마녀가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왕자님이 재빨리 문 틈에 발을 집어 넣었습니다. 나오미와 죠는 벌어진 틈을 힘껏 밀어서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당신에게 팔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다." 아빠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쿠키입니다. 이 쿠키를 먹기만 하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마녀가 되는 겁니다. 인도의 마녀 인디라 쯤은 아무 것도 아니죠. 자, 이 귀한 쿠키를 단돈 천달러에 팔겠습니다."

"그런 걸 왜 돈 주고 사냐! 훔치면 되지!" 마녀 헤이즐이 소리 쳤습니다. 마녀는 아빠의 손에서 쿠키를 가로채서 확 먹어 버렸습니다. "나는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마녀다!" 그리고나서 마녀가 어찌가 요란스럽게 웃어댔던지 문짝이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쿠키를 뺐겼다고 왕자님은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뻤습니다. 그 쿠키를 구웠었던 엄마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 쿠키를 만들 재료를 구하느라 뉴햄프셔에 가서 300년 묵은 구운 콩을 찾아왔었던 아빠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나오미와 죠는 어땠을까요? 마녀 헤이즐이 방금 먹은 쿠키가 사악한 쿠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오미와 죠는 마구마구 웃고 또 웃었습니다.

마녀가 먹은 쿠키는 방구 쿠키였던 것입니다.

마녀 헤이즐은 자신의 몸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느꼈습니다.

마녀는 배와 궁뎅이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스가 나오려는 것 같았습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습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마녀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너희들 누구냐?"

"나는 뉴햄프셔 왕국의 왕자다." 마녀가 알아볼 수 있도록 숙이고 있던 얼굴을 위로 치켜 올리며 왕자님이 우렁차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킹씨 가족이다." 아빠가 말했습니다. "내 아내의 손을 우유병으로 만들다니 당신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돼! 게다가 내 코를 바나나로 만든 것도 부끄러운 줄 알야야 돼! 게다가 우리 나오미와 죠를 밤이고 낮이고 쉴새없이 울게 만든 것도 부끄러운 줄 알야야 돼! 하지만 이젠 당신이 당할 차례다, 사악한 마녀 헤이즐!"

"이제 다시는 마술을 부리지 못할 거야." 나오미가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달나라로 가게 될 거니까!"

"난 달나라같은 데 안 가!" 마녀 헤이즐의 날카로운 고함소리에 굴뚝이 무너져 마당으로 떨어졌습니다. "너희들 모두를 싸구려 골동품으로 변하게 만들어 줄테다. 얼간이 여행객도 사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고물 골동품으로!"

"그렇게는 안 될 걸." 죠가 말했습니다. "마녀가 먹은 것은 마술 쿠키니까. 마술 방구 쿠키니까."

마녀는 입에 거품을 물고 날뛰었습니다. 마녀는 킹씨 가족과 왕자님에게 주문을 걸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답니다. 방구 쿠키가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한 거지요. 마녀는 금방이라도 커다란 방구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주문을 걸 동안 방구를 못 나오게 하려고 궁뎅이를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던 것입니다.

뿡! 방구가 나왔습니다. 방구의 위력으로 고양이 바스타의 털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집안 창문도 죄다 깨졌지요. 그리고 마녀 헤이즐은 마치 로켓처럼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나 좀 내려줘!" 마녀 헤이즐이 소리쳤습니다. 소원대로 마녀 헤이즐은 곧 땅으로 내려 왔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나서 마녀는 또다시 방구를 뀌었습니다.

뽀오오오옹! 방구가 나왔습니다. 방구 폭풍이 어찌나 세차게 불어 닥쳤던지 마녀의 집과 브릿튼 마을 물물 교환시장 건물이 폭삭 무너져 버렸습니다. 물물 교환시장에서 일하는 돔 카도즐이 화장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이제는 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건물이 다 무너지고 남은 것은 화장실 변기와 그랜드 래피즈 마을에서 만든 가구 하나 뿐이었으니까요.

마녀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너무나 높이 올라간 나머지 마녀는 먼지만큼이나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나 좀 내려달라니까." 마녀가 소리쳤지만, 너무 멀어서 아주 작은 소리로만 들렸습니다.

"이제 내려올 때가 되었는데." 나오미가 말했습니다.

마녀 헤이즐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꺄아아아악!"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녀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땅에 떨어지면 쿵하고 부닥쳐서 납짝해졌을 겁니다. (그런 꼴을 당해도 싸지요.) 하지만 땅에 부닥치기 직전, 마녀는 또 방구를 뀌었습니다. 2백만개의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너무나도 거대한 방구였습니다. 방구 소리가 뿌직-뿌웅뿌웅뽕!!!

마녀는 또다시 하늘로 훨훨.

"안녕, 마녀 헤이즐." 엄마가 손을 흔들며 외쳤습니다. "달나라 구경 잘 해."

"거기서 오래오래 살아." 죠가 말했습니다.

위로 위로 계속 날아간 마녀는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날 밤 뉴스에서 킹씨 가족과 뉴햄프셔 왕국의 왕자님은 앵커우먼 바바라 월터스가 전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메인주 브릿튼 마을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747 여객기 승객들이 UFW를 목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UFW란 미확인 비행 마녀(Unidentified Flying Witch)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렇게해서 사악한 마녀 헤이즐 사건은 끝이 났습니다. 마녀는 지금 달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계속해서 방구를 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킹씨 가족은 원래대로 브릿튼 마을의 가장 행복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킹씨 가족은 이제는 왕이 된 뉴햄프셔 왕국의 왕자님과 자주 왕래를 했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소설을 썼고, 다시는 "바나나"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예쁜 손으로 예전보다 더욱더 멋지게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죠와 나오미는 우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마녀 헤이즐은 그 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마녀가 떠나면서 남겼던 그 지독한 방구를 또다시 겪을 일이 없으니, 너무너무 잘 됐습니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