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쿠키 네 개로 인해 벌어졌던 처참한 비극의 날로부터 한달쯤 지난 어느 날, 엄마는 숲 속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산책은 우유병 손을 가지게 된 엄마의 유일한 취미가 되었던 것입니다. 산책 나간 숲에서 엄마는 덫에 걸린 다람쥐를 발견했습니다.

저런, 불쌍하기도 해라! 다람쥐는 두려움과 고통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덫 주위에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답니다.

"불쌍해라." 엄마가 말했습니다. "나쁜 덫에서 너를 꺼내줄께." 하지만 엄마 손이 우유병인데, 과연 덫을 열 수가 있을까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지요.

그래서 엄마는 아빠랑 나오미랑 죠를 부르러 뛰어 갔습니다. 15분 후에 킹씨 가족 네 명 모두가 덫에 걸려 피 흘리는 불쌍한 다람쥐 주위에 모였습니다. 킹씨 가족이 피를 흘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킹씨 가족도 너무나 불쌍하게 보였어요! 아빠는 얼굴 가운데 바나나가 달려 있었으니까요. 엄마는 손이 우유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들 두 명은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 없었으니까요.

"다람쥐를 구해낼 수 있을거야." 아빠가 말했습니다.

"맞아." 엄마가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다람쥐를 꺼낼 수 있어.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해야지. 나는 불쌍한 다람쥐한테 내 손에서 나오는 우유를 먹일테야." 엄마가 다람쥐에게 우유를 먹였습니다. 엄마는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다람쥐가 희망에 부푼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나오미와 죠는 끔찍한 덫의 입을 열어 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덫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덫이 너무 오래 돼서, 날카로운 이빨과 이음새에 온통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열리지 않아." 나오미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슬프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안돼. 덫이 꿈쩍도 안 해!"

"안 열린다." 두 눈 가득 눈물을 흘리면서 죠가 말했습니다. 눈에서 나온 눈물이 볼을 타고 주루룩 주루룩 흘러 내렸습니다. "도저히 열 수가 없어."

그러자 아빠가 말했습니다. "방법이 있어.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이." 아빠는 몸을 굽혀서 덫의 이음새로 우습게 생긴 바나나 코를 갖다 댔습니다. 아빠는 양 손으로 바나나 코를 꽉 짰습니다. 아이쿠! 아파라! 하지만 그 덕분에 바나나 기름 여섯 방울이 흘러 나왔습니다. 바나나 기름은 한 번에 한 방울씩 녹 슨 덫 이음새 사이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자, 이제 다시 한번 해보렴." 아빠가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덫이 손쉽게 열렸습니다.

"옳타쿠나!" 나오미가 외쳤습니다.

"다람쥐가 나왔다! 나왔다!" 죠가 외쳤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쳤기 때문이란다." 엄마가 말했습니다. "나는 다람쥐한테 우유를 먹였지. 아빠는 바나나 코로 덫에 기름을 쳤구. 그리고 나오미와 죠는 덫을 열어서 다람쥐를 구하게 된 것이지."

킹씨 가족은 기뻤습니다. 마녀 헤이즐의 사악한 주문에 걸린 후로 기쁜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눈치 채셨겠죠? 오, 물론 눈치 채셨을 것으로 믿고 있을께요. 다람쥐는 사실 그냥 단순한 다람쥐가 아니었습니다. 킹씨 가족들처럼 다람쥐도 사악한 마녀 헤이즐의 주문에 걸렸기 때문에 모습이 변한 뉴햄프셔 왕국의 왕자님이었던 것입니다.

덫이 열려서 주문이 풀어지자, 킹씨 가족 앞에는 다람쥐 대신 블루스 브라더스 영화에 나오는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눈부신 왕자님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여러분들은 따뜻한 마음씨로 불쌍한 모습이었던 저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왕자님이 말했습니다. "선뜻 하기 힘든 너무나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힘으로 여러분한테 걸려 있는 사악한 마녀의 주문을 없애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자유입니다!"

오, 해피 데이.

아빠의 바나나 코가 사라지고 원래 모습으로 코가 다시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갑자기 훨씬 잘 생기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꽉 짜서 쭈글쭈글해진 바나나 보다는 보기 좋았습니다. 엄마의 우유병도 원래의 건강한 핑크빛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나오미와 죠가 울음을 그쳤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처음엔 그저 미소를 짓더니 곧이어 왈칵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뉴햄프셔 왕자님도 웃게 되었고, 또 그러니까 아빠와 엄마도 따라서 웃었습니다. 왕자님은 엄마와 나오미와 함께 춤을 추었고, 죠를 어깨에 태우고 놀았습니다. 왕자님은 아빠와 악수를 했고, 다람쥐로 변하기 전에는 아빠 소설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섯명 모두 호숫가에 있는 멋진 킹씨 가족 집으로 갔습니다. 엄마가 차를 끓여 왔습니다. 모두들 테이블에 둘러 앉아 차를 마셨습니다.

"우리가 그 마녀한테 본때를 보여 줘야만 해요."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누군가가 마녀한테 피해를 입지 않을 거에요."

"백번 천번 만번 옳으신 말씀입니다." 왕자님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마술 주문 한 가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 주문이라면 마녀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왕자님이 아빠에게 귓속말을 했습니다. 엄마에게도 나오미와 죠에게도 귓속말로 소근거렸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키득키득거리더니 마침내 후련하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