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말하는 홍보용 추천의 세계

뉴스 2008. 3. 28. 01:49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Stephen King: The 'Art' of the Blurb"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대중문화 세계에 만연한 홍보용 추천에 대해 말합니다.

스티븐 킹은 영화 "점퍼"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평론가들은 그 영화를 싫어했지만.
킹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점퍼"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작자 중 한 명이 킹의 친구였기 때문에, 칼럼을 쓰게 되면 잡지를 사적인 용도로 이용해 아는 사람 영화를 밀어주는 것으로 비쳐질까봐 걱정이 되었고, 실제로 잡지 편집자도 그렇게 생각했으므로, 결국 "점퍼"에 대한 칼럼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킹은 공식적인 영화 홍보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신문에 나온 "점퍼" 광고에는 킹의 추천이 실려있습니다.

"이 영화 정말 끝내줘요!" - 스티븐 킹

사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싫은데도 무조건적인 칭찬 추천을 해주었던 일이 스티븐 킹한테 두 번 있었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의 평생 동안 딱 두 번. 그 때마다 수치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글을 통해 형편없는 영화에다가 홍보용 추천을 빈번하게 노골적으로 일삼는 영화 평론가의 이름을 스티븐 킹은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합니다.

킹이 아는 작가 중에 좋은 소설, 나쁜 소설을 막론하고 홍보용 추천을 해왔던 상당히 냉소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이 작가한테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읽었던 책에는 절대 홍보용 추천을 하지 말고, 일단 홍보용 추천을 해준 책은 절대 읽지 마라."

스티븐 킹은 평생동안 서너 편의 영화에 홍보용 추천해준데 반해, 책은 100여권에 홍보용 추천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으로 홍보용 추천을 했던 책은 매우 나쁜 책이었다고, 사실은 무지막지하게 엉망진창인 책이었다고 킹은 고백합니다.

그 때 이후로 킹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책에만 홍보용 추천을 해주었는데, 이렇게 꾸준히 여러 책에 추천을 해주는 데는 매우 단순한 이유가 있습니다.

"신인 작가 시절에 나온 나의 책들, '캐리', '살렘스 롯', '샤이닝'에는 추천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홍보용 추천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책마다 뒷표지에 작가의 흑백 사진만이 실려있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책들의 뒷표지에는 홍보용 추천사로 도배되어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스티븐 킹은 사실 홍보용 추천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젊은 작가와 영화인한테는 주목받을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신인이 혼자서 헤쳐나가기엔 험난한 세상이니까.
게다가 홍보용 추천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하면서도 직접적인 안내자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과장된 홍보용 추천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홍보용 추천에 속아 저질 작품에 돈을 소비하게 된 사람은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지요.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작품들이 존재하고, 킹은 항상 그런 작품들의 전도사를 자처해왔습니다.
좋은 책이나 좋은 영화를 접하고 나면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구를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다네요.
"여기 좀 봐요! 이거 봐요! 빨리 와서 봐요! 없어지기 전에 어서 빨리!"

스티븐 킹은 자신이 하는 홍보용 추천은 믿어도 좋을 거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