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 End of Watch

작품 감상문 2016. 8. 7. 21:49 posted by 조재형

End of Watch

(2016년 장편소설)


스티븐 킹의 빌 호지스 시리즈는 1부 "미스터 메르세데스", 2부 "파인더스 키퍼스"를 거쳐 3부 "End of Watch"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3부의 제목은 최초에 "The Suicide Prince"로 발표되었으나 나중에 "End of Watch"로 변경되었다.

2부 "파인더스 키퍼스"를 읽어본 독자라면 3부의 분위기가 시리즈 1, 2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원서 표지를 봐도 표지 컨셉이 1, 2부는 서로 깔맞춤을 해놓은 것에 비해 3부 표지가 혼자서 튄다는 것이 눈에 띈다.

1, 2부의 내용이 두 발을 땅에 굳게 딛고 선 것 같은 분위기라면, 3부는 두 발이 땅에서 두둥실 위로 떠올라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3부 "End of Watch"에서는 1, 2부에 나왔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다시 언급해주는데, "아아~ 그 때 나왔던 그게 3부에서 이렇게 연결되는 거였어? 오호~ @_@"하고 신기해하면서 3부를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End of Watch"에서 빌 호지스 할아버니는 이상한 사건들 속에 도사린 음모를 파헤치느라 바쁜, "진짜진짜진짜" 바쁜 인생을 살아간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아직 3부를 읽지 못한 독자를 위해 줄거리 소개는 생략하고자 하는데, 아무튼 3부를 읽는 내내 여러 차례 전율을 느끼며 이 이야기의 끝이, 3부작 시리즈의 끝이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 기대하며 들뜬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나갔다.

아쉬운 부분을 언급하자면, 3부의 악당이 2가지 멋진 능력을 가진 것으로 소개되는데 처음에는 능력 A와 B가 사이좋게 잘 나오다 어느 순간부터 A가 실종된다.

3부 후반에 A 능력이 아주 잠깐 나오기는 하지만, 소설 대부분의 장면에서 능력 B가 주된 장치로 활용된다. 스티븐 킹 아저씨가 글을 쓰다보니 A의 존재를 잊었던 것인가... -_-;;;;

능력 B에 못지 않게 능력 A도 소설 속에서 잘 활용되었다면 이야기의 재미가 더욱 풍성해지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부의 악당한테 빌 호지스를 증오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지만, 악당이 직접적으로 빌 호지스를 노리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증오를 표출하고 때로는 너무 빌 호지스를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악당이 거대한 사업(?)의 완성을 위해 빌 호지스만큼이나 진짜진짜진짜 바쁜 인생을 살아가고는 있지만, 빌 호지스한테 받은 그 수모를 생각하면... 악당의 일처리 우선순위에서 빌 호지스가 너무 후순위로 밀려난 것 같다.

"End of Watch"에서 드러나는 빌 호지스의 "약점"을 악당이 빠르게 간파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더라면 이야기의 서스펜스가 더욱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3부의 이야기는 다음 장면을 빨리 읽고 싶어 혈압이 오를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악당이 무에서 시작하여 점점 힘을 키워나가는 과정이라던가, 빌 호지스가 단서의 부스러기들을 한데 모아가면서 음모의 실체에 한발 한발 다가서는 과정을 스티븐 킹이 공들여 묘사한 문장을 연달아 읽으면서 내 기분은 자꾸만 들뜨고 설레였다. >_<

그리고 3부에서 일부 아쉬운 점을 발견했다고해도 3부를 읽고 난 후 커다란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면, 그것은 바로 등장인물을 움직이는 스티븐 킹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냥 능력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부족하고, 스티븐 킹의 "초능력"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흥미진진한 소설을 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스티븐 킹은 "독자들이 소설 등장인물을 걱정하게 만들면 된다"고 답변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답변이 소설 "End of Watch"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시리즈 1, 2부에서 빌 호지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웃기는 모습을 보이고, 특히 2부에서는 위험에 빠진 소년이 주인공이고 빌 호지스는 주인공을 도와주러 온 외부인 같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3부에서는 빌 호지스가 주인공으로서의 위치를 회복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이 빌 호지스를 걱정하도록 만든다.

1부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빌 호지스가 멋진 여성과 사귀는 장면을 읽을 때는 "아 이거, 스티븐 킹 아저씨가 할아버지 대표로 노년의 판타지를 표현해준 거 아녀?"라고 ㅋㅋㅋ거리기도 했지만, 3부에서는 빌 호지스를 통하여 노년의 "현실적인" 악몽이 표현된다.

개인생활과 사건수사를 병행하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빌 호지스 할아버지 ㅜ_ㅜ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상식적으로는 선뜻 납득하기 힘든 음모를 해결하기 위해 최후의 결투를 하러 힘든 발걸음을 하는 빌 호지스를 보면서 나는 그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후의 결투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길고 치밀하게 그려지는데 반하여, 최후의 결투 그 자체는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처리되지만, 3부를 읽고 난 후 나를 깊은 여운에 빠지게 한 것은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스티븐 킹의 초능력 때문이었다.

주인공 빌 호지스부터 다른 등장인물들까지, 그들의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척척 안정적으로 쌓아올리는 스티븐 킹의 솜씨가 "End of Watch"를 매력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이 소설의 마지막 결말은 킹의 2011년 소설 "11/22/63"을 생각나게 했는데, "11/22/63"은 원래 결말이 간단하고 건조했지만 킹이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결말을 좀 더 길고 감성적으로 수정하였다.

그런데 "End of Watch"는 "11/22/63"과 같은 배려를 얻지 못한다.

3부작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독자들을 향해 길고 정성스런 마지막 인사를 할 것 같지만, "End of Watch"의 마지막은 간단하고 건조한 방식으로 처리가 된다.

그래서 더 작품에 대한 여운이 남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3부에서 고생만 잔뜩한 빌 호지스 할아버지의 마음이 마지막에 독자들한테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섭섭하다.

스티븐 킹 아저씨는 참 냉정해 ㅜ_ㅜ

"End of Watch"가 출간되고 나서 스티븐 킹은 빌 호지스 시리즈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등장하는 외전소설이 집필될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빌 호지스는 시리즈는 3부 "End of Watch"로 완결되었다.

마지막까지 참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빌 호지스 할아버지... 안녕...

p.s. 이 소설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엔드 오브 왓치"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