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zaar of Bad Dreams

(2015년 단편집)


2008년 단편집 "해가 저문 이후"가 출간되고 나서 2015년 11월에 새로운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무척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이후로 무척 오랜만에 나오는 단편집이니까. 스티븐 킹이 그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한 방에 맛볼 수 있는 기회니까. 그 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신작 단편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에 시 2편을 포함하여 총20편의 작품이 수록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번에도 수많은 단편을 맛보며 배부른 독서를 하게 될 거란 기대감에 흥분했다.

그러던 중 단편집 표지가 공개되자... 나의 두 눈이 ♡♡로 변하고 말았다.

최근 스티븐 킹 작품의 미국 표지 중에 제일 맘에 드는 표지였다.
(사실은 공동 1위인데... "조이랜드" 미국 문고본 표지를 도저히 2위 자리로 내릴 수가 없다. 난 예쁜 여자가 크게 나온 표지를 사랑하니까. ^^;;;)

그러고는 전자책 예약구매를 했고, 출간일이 되자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내 태블릿으로 "The Bazaar of Bad Dreams" 전자책을 쏴주었다.
(내 돈 주고 산 책이지만, 미국 출간일에 바로 받으니까 어쩐지 아마존한테 고마웠다. ^^;;)

태블릿의 킨들 어플에서 전자책을 열고, 책 속의 내용을 상상하게 만드는 오묘한 표지를 쓱쓱 감상한 후 책읽기에 돌입했다.

"The Bazaar of Bad Dreams"의 서문을 읽으며 난 웃음을 짓고 말았다.

본인이 국세청에는 프로 작가로 등록되어 있겠지만, 아직도 배움에 여념이 없는 아마추어 작가일 뿐이라며 글쓰기의 어려움을 고백하는 스티븐 킹의 겸손(?)이 귀여웠다.

스티븐 킹 아저씨가 아마추어면 다른 작가들은 뭐지? -_-;;;

아무튼 이 단편집에는 2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각각의 작품 앞에는 작가의 작품해설이 붙어있어서 작품에 대한 흥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스티븐 킹이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The Bazaar of Bad Dreams"라는 이름의 심야 바자회!

나는 그 바자회 판매대 앞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스티븐 킹의 손으로 제작된 20편의 이야기 보따리를 품 안에 끌어안은 셈이었다.

스티븐 킹 아저씨는 이빨인지 뭔지 주의사항을 알려주려 했지만, 난 급한 마음에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닥치고 내 돈이나 받아욧~!"

바자회 물건을 싹쓸이한 나는 집으로 돌아와 20편의 이야기 보따리를 (킹 아저씨가 정해놓은 순서대로 ^^;;) 풀며 내용물을 황급히 확인했다. 보따리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까?

보따리가 풀릴 때마다, 자칭 "아마추어 작가" 스티븐 킹을 향한 나의 존경과 사랑은 끝을 모르고 높아만 갔다~♡
(스티븐 킹의 취향에 맞추어 나도 이제부터는 "아마추어" 독자를 자청해야겠다. 아 그런데 프로 독자라는 것도 있었나? -_-;;;)


1. Mile 81

스티븐 킹은 좋은 이야기 소재가 생각나면 따로 기록해두지 않는다면서 좋은 이야기는 언제든 나중에 다시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그런 대범한 태도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좋은 소재를 완전히 잊어버리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든다.

그런데 "Mile 81" 같이 스티븐 킹이 거의 40년간 마음 속에 간직하다 발표하는 작품이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스티븐 킹한테는 나의 걱정이 쓸데없는 것 같다;;;;

한적한 도로에 있는 버려진 휴게소.

이 곳에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굴러들어와 멈추는데,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이다.

휴게소를 지나던 사람들은 이 자동차의 분위기에 이끌려 운전하던 차를 멈추고 이상한 자동차한테 접근하게 되고, 그에 따른 고통을 맛보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상한 자동차한테 이끌렸다가, 괴상한 파워를 발산하는 자동차한테 인생의 쓴맛을 맛보게 되는 과정이 술술 펼쳐진다.

안타까운 것은 희생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접근하다가 화를 당한다는 것이다. 인적없는 휴게소 앞에 주저앉은 자동차의 운전자가 어떤 사고를 당했을까봐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그만... ㅜ_ㅜ

제일 안타까웠던 사람은 순찰 중에 이상한 자동차를 만나게 된 경찰이었다. 훈련 때 받았던 가르침이 무의식에 남아 끝까지 그것을 고수하다가 그만 안좋은 일을 당하게 되다니... 역시 교육의 중요성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것이었나 -_-;;

주인공 소년은 어찌어찌 위기를 헤쳐나가지만, 어쩐지 성인이 되어 이상한 자동차와 재회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공이 어릴 때 확실히 처치하지 못한 악은 주인공이 성인이 되면 돌아오잖아? 장편소설 "그것"에서 똑똑히 봤다구~!

그러니까 스티븐 킹 아저씨, "Mile 81"의 속편 기대하겠습니다.


2. Premium Harmony

단편 "Premium Harmony"의 작품해설에서 스티븐 킹은 뒤늦게나마 레이먼드 카버라는 작가의 책을 접하게 된 기쁨을 이야기한다.

너무 좋아서 "Premium Harmony"에는 레이먼드 카버의 영향력이 베어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아주 오래 전에(10년 전? 20년 전?) 국내에 출간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캬아~ 스티븐 킹과 나의 연결고리? ^^;;;)

사실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일반인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으면서도 상황에 확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놀랐었다. (특히 두 인물이 낑낑대며 그림을 그리던 단편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스티븐 킹 단편 "Premium Harmony"에서는 한 남자가 짜증나는 아내와 짜증나는 애완견을 데리고 운전하던 중 친척한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가게 앞에 정차했다가 잊지 못할 하루를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갑자기 펼쳐진 극적인 상황 속에서 주인공의 마음 속에 불현듯 피어나는 부조리한 생각들과 그에 부응하듯 천연덕스럽게 나타나는 부조리한 현실이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이야기의 결말에서 제목을 이끌어내며 주인공의 힘든 하루를 정리하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이 단편을 읽으며 주인공처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느꼈고, 스티븐 킹과 레이먼드 카버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상에서 특별한 맛을 뽑아내어 독자에게 별미를 선사한다는 점이 닮았어!


3. Batman and Robin Have An Altercation

치매에 걸린 83세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셔두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다.

아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아버지를 데리고 외출하여 식사를 함께 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와 늘 같은 식당에서 늘 같은 메뉴로 식사하는 그 익숙한 일정에 적색경보가 울리게 되는 과정이 소개된다.

이 단편의 후반부를 카페에서 읽고 있었는데, 슬슬 책을 그만 읽고 카페에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두 부자의 일상에 적생경보가 짱짱하게 울려퍼지는 장면이 펼쳐졌다.

두 부자에게 들이닥친 뜬금없는 폭력에 대한 묘사가 무척 강렬해서 난 책읽기를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독특한 소재나 특이한 반전이나 충격적인 결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감정선이 이끄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4. The Dune

굉장히 나이 많은 전직 판사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변호사에게 불가사의한 비밀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이 판사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섬을 들락날락거렸으며 그 섬의 모래언덕을 살펴보는 것이 평생의 취미(?)가 되었던 것이다.

판사가 평생에 걸쳐 그 수상한 모래언덕을 찾아가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어떤 계기로 인하여 불가사의한 현상들이 줄줄이 벌어지는 모습을 중계하는 스티븐 킹 문장의 매끄러운 속도감이 좋았다.
(킹의 여러 소설 속에서 이런 사례 중계하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여러 가지 사례를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내며 즐거워했을 스티븐 킹의 모습이 막 상상이 된다;;;;)

그리고 이 단편집의 다른 작품들 작품해설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킹은 정말 별의별 사소한 일상의 경험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능력이 정말 대단하고, 그런 사소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완성시키고야마는 능력도 참 대단하다.

킹은 이 단편 결말이 맘에 든다고 했는데, 나도 맘에 든다.

이 단편은 주인공의 평생 경험을 죽 늘어놓는 간단한 구조인데,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훈훈해서 좋았다.

뭐랄까...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의 미소를 예쁘게 보여준다고나할까... 독자의 머리를 귀엽게 쓰다듬어준다고나할까... 아 몰라 암튼 좋았다구~! ^^


5. Bad Little Kid

스티븐 킹은 장편소설 "닥터 슬립" 출간 당시 독일과 프랑스에서 홍보활동을 펼쳤는데, 이 때 해외 팬들이 보여준 환대에 보답하는 의미로 킹은 "Bad Little Kid"라는 신작 단편소설을 독일어와 프랑스어 버전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그러다 이번 단편집에 영어 버전으로 수록이 되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나는 그 두 언어를 읽을 줄 몰랐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는 영어로 소개되었기에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았다.

프로펠러 모자를 쓴 "아주 나쁜" 꼬마 아이 때문에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한 어른의 이야기.

게다가 전자책 표지에 나온 프로펠러 모자로 이 단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흠~~ 영악한 어린이의 과도한 장난 때문에 어른이 골탕먹는 이야기군. 이거 아주 재밌겠어. 톰과 제리 같은 건가? ㅋㅋㅋ 무척 기대됨."

웃으면서 기대했는데...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에서 "Bad Little Kid"를 읽는 순간 나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웃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였고, 나의 감정을 꽉 쥐고 뒤흔드는 강력한 이야기였다.

감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가 면회 온 변호사에게 자신이 왜 어린애 하나 때문에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지 고백하는 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에 이 "아주 나쁜" 꼬마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불행한 일을 겪게 되는데, 문제는 이 꼬마가 오랜 세월동안 계속 나타나서 불행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 꼬마는 항상 적나라한 욕설을 날린다. 이 꼬마가 처음 등장하며 날린 적나라한 욕설을 들으며 깜짝 놀라던 주인공처럼 나도 놀랐다. @_@
스티븐 킹 원서를 읽으며 얻는 기쁨 중 하나는 작가가 표현한 날것 그대로의 대사를 타인의 개입 없이 직접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행에 휘말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주인공이 나쁜 일을 해서 받는 불행이 아니라, 그냥 이유없이 떠안게 된 불행이기 때문에, 스티븐 킹이 그 불행의 전개과정을 진지하게, 자세하게 그려나가기 때문에 너무 슬펐다.

이 단편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느끼는 분노와 무력감에 감정이입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갔고, 어떤 면에서 보면 스티븐 킹 장편소설 "그린마일"의 색다른 단편버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 사실... 눈물 좀 흘렸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말... 내가 결말을 읽은 곳은 소녀시대 Phantasia 콘서트가 열린 2015년 11월 2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 앞이었다.

소녀시대 콘서트장 입장을 기다리며 체조경기장 앞의 벤치에 앉아 "Bad Little Kid"의 결말을 차분하게 읽어나갔다.
(그런데 소녀시대 기획사는 콘서트 기획상품을 좀 넉넉히 준비했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 나름 일찍 갔는데도 콘서트 브로셔가 품절되어 사지도 못하다니... 왜 내가 돈을 주겠다는데도 거부하는거니... ㅜ_ㅜ)

결말의 내용은 어찌보면 다른 공포소설에도 자주 나오는 그런 종류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이 줄곧 쌓아온 감정의 호소력 덕분에 결말이 주는 느낌은 무척이나 음산하고 오싹했다.

소녀시대 콘서트장 앞에서 늦가을 오후의 쌀쌀한 날씨 때문에 내 팔에 소름이 돋았던 것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6. A Death

2015년 11월에 열린 소녀시대 Phantasia 콘서트를 너무도 감명깊게 관람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지하철 타려고 갔는데, 콘서트 관람했던 인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도저히 지하철을 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 안에 평화가 찾아올 때를 기다리며, 태블릿을 열고 스티븐 킹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 전자책 속의 단편 "A Death"를 읽기 시작했다.

1889년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소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한 남자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당한다.

용의자는 무죄를 주장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범인이 맞는 것으로 여론의 흐름이 흘러간다.

오랜만에 정식 재판이 열리고, 멀리서 정식 판사가 달려오고, 살인죄로 사형 집행 이벤트가 벌어질거라는 기대감에 시골 마을이 흥분에 젖어 들썩거린다.

하지만 어떤 이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 사람을 사형으로 몰고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찜찜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는 "A Death"가 과거 서부시대 이야기라는 이유로 사실 별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분량은 짧지만 멋지게 치고 빠지는 날렵한 소설이라는 것을 느끼고 나의 편견을 반성하고 말았다.

마치 예전 학창시절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신기한 기분을 다시 체험하는 것 같았다.


7. The Bone Church

"The Bone Church"는 단편소설이 아니라 시다.

스티븐 킹은 이야기가 살아있는 시이기 때문에 독자들한테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지만, 짧은 시에 이야기의 "뼈대"만 세워져서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뼈대에 좀 더 살을 붙여 단편소설로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시는 정글 탐험 중 일어난 불가사의한 위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자신의 체험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8. Morality

단편 "Morality"의 작품해설에서 스티븐 킹은 대학생 시절 열악한 경제사정 때문에 자신이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경험을 고백한다. ㅜ_ㅜ

본인의 일탈에서 느낀 죄의식이 오늘날까지 스티븐 킹을 사로잡았고, 그러한 감정이 단편 "Morality"를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 단편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젊은 부부는 한 노인의 제의를 받게 된다.

노인이 부탁하는 "비도적적인" 일을 실행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의.

이 제의 때문에 가난한 젊은 부부가 겪게 되는 불안과 고통이 소설 속에서 쭉쭉 그려진다.

양심에 털이 많이 난 독자라면 이 젊은 부부의 고민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괴로워한단 말이야? 노인의 부탁 사실 뭐 별 거 아니잖아? 이런 일 때문에 덜덜거리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시나?"

하지만 양심에 털이 하나도 나지 않은 독자라면, 양심에 털이 났더라도 탈모증세를 앓고 있는 독자라면, 이 젊은 부부의 고민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 부부가 안 좋은 쪽으로 변화하게 되는 모습들에서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부부의 변화과정을 따라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책을 읽었는데, 이 단편의 마지막 문장에서 난 느닷없이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문장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거나, 막 심한 욕이 적혀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스티븐 킹은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담백한 마지막 문장을 툭 던진다.

하지만 그 무자극적인 문장이 내게는 무척이나 자극적으로 다가왔고, 이 단편의 제목에 부합하는 문장이어서, 난 그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깊은 여운을 느끼며 한 동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9. Afterlife

한 남자가 죽어서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이야기다.

스티븐 킹이 생각하는 사후세계의 평화로운(?) 모습이 묘사되는 가운데, 주인공이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인물과 만나서 나누는 만담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마치 재미있는 토크쇼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두 인물의 대화에 집중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결말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면 어땠을까? 주인공의 그 다음 행보가 너무나 궁금하다.

물론 이 단편에서 들려준 내용으로 보아 결말 이후 주인공의 모습이 어떨지 충분히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일상 같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이로움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래, 나 같은 병신도 다른 누군가의 인생에 1초 정도라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는 거겠지. (웃음)


10. UR

2009년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새로운 모델을 발표했는데, 스티븐 킹은 킨들 단말기 전용소설로 "UR"를 집필하였고, 킨들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 소설을 낭독하기도 했다.

킨들이 무척 맘에 들었던지, 그 후 잡지 칼럼에서 킹은 전자책 읽기에 킨들이 아이패드보다 좋다는 말도 했다. >_<

대학 강사가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킨들 단말기를 주문하게 되는데, 난생 처음으로 손에 쥐게 된 킨들이 원래 주문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기한 이야기가 마구 펼쳐진다.

단편 "UR"를 읽고 나니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이 소설의 내용에 대단히 만족했을 것 같다.

소설 주인공이 잘못 배송된 킨들을 여기저기 만지며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킨들 단말기가 제공하는 여러 기능이 자연스럽게 독자들한테 전달되니까.
(잘못 배송된 킨들의 이용요금은 도대체 누가 부담하고 있는 건지 추리하는 주인공의 생각이 재미있다 ^^)

이 소설에 나오는 킨들 단말기의 불가사의한 기능은 정말이지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홀딱 반할만한 매력적인 기능이다.

그 기능이 작동하는 장면을 읽으며 나는 우와~ 우와~ 감탄했고, 나한테도 이런 전자책 단말기가 생긴다면 제일 처음으로 어떤 작가를 검색할 것인지 상상하기도 했다. (어떤 작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밝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을 그르칠 가능성도 있는데 주인공이 감정적으로 과하게 행동하는 점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킨들 단말기의 신비로운 능력을 따라서 뭐에 홀리듯 중독되는 대학 강사의 이야기가 상당히 재밌다.

신비로운 힘을 가진 기계장치를 우연히 받게 되는 이야기라서, 스티븐 킹의 예전 단편소설 "신들의 워드프로세서"가 생각나기도 했다.


11. Herman Wouk is Still Alive

스티븐 킹은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 수록작 중 "Premium Harmony"가 레이먼드 카버 작가한테서 많은 영향을 받아 집필된 소설이라고 밝혔는데, 내 느낌엔 "Herman Wouk is Still Alive"가 레이먼드 카버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은 것 같다.

예전에 읽은 카버의 소설 중 출근길의 두 남자가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Herman Wouk is Still Alive"의 이야기 전개와 어느 정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카버의 소설과 달리, "Herman Wouk is Still Alive"에는 예술가 2명이 등장하여 예술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스티븐 킹은 이 단편에서 현실의 불행 앞에 예술의 아름다움이란 덧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12. Under the Weather

광고회사 직원의 어떤 하루를 다루는 이 단편은 스티븐 킹의 2010년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 미국 문고본에 보너스로 처음 발표된 작품이었고, 그 당시 읽으면서 큰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별도 없는 한밤에"의 마지막 중편소설 수록작인 "행복한 결혼 생활"을 굉장히 감명깊게 읽고 난 직후 곧바로 "Under the Weather"를 접하는 바람에 분량이라던가 이야기의 밀도에서 상대적으로 차이가 난 이 단편을 진지하게 대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하는 추측이 든다.

그런데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에 수록된 "Under the Weather"를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었던 때와 다르게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추락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스티븐 킹의 침착한 묘사에 반응하여 주인공이 측은하게 느껴졌고, 이야기의 결말을 읽고 나서는 주인공의 쓸쓸한 모습이 내 눈 앞에 펼쳐져서 한 동안 가만히 지켜보기까지 했다.

역시 "단단한" 상상력의 힘은 대단하다.


13. Blockade Billy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에 수록되는 단편소설들 목록이 발표되었을 때 해외 독자들은 "Blockade Billy"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기뻐했다.

이 단편소설은 2010년에 1만부 한정판 양장본으로 최초 출간되었다가, 단편소설 "Morality"를 보너스로 추가한 일반 양장본으로 출간되었다.

양장본을 구입할 여건이 안되어 안타까워하던 독자들한테는 단편집에 수록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양장본 표지의 주인공 얼굴이 소설 속 이미지보다 훨씬 멋지게 나왔다. 한정판 양장본의 사은품으로 제공된 야구카드의 얼굴 사진이 소설 주인공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단편소설 "Blockade Billy"는 메이저리그 야구의 1957년 시즌에 뉴저지 타이탄즈에서 활약했으나 어쩐지 미국 야구 역사에서 삭제된 포수 빌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타이탄즈팀은 주전 포수의 공백으로 경기 운영이 위태롭게 되자, 하부 리그에서 빌리라는 포수를 데려오게 되고, 빌리가 타이탄즈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3루 주루코치의 눈을 통하여 묘사된다.

빌리가 팀에 적응하면서 철벽방어를 자랑하는 스타 포수로 성장하는 과정, 그러는 와중에도 무언가 불안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 과거 메이저리그 야구의 풍경들과 어우러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다 빌리의 재능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고 화끈한(?) 마지막 장면이 나오는 장면은 오오~하고 놀라며 단숨에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스티븐 킹은 마지막 장면을 미리 정해두고 그 앞의 내용을 만들어나간 것일까?

마지막 장면이 발생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었는데, 주인공이 육감이 좋아서 그 위험을 피해갔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좀 아쉬웠다.

이 단편을 읽는 동안 타이탄즈팀 내부자가 되어 여러 경기를 함께 체험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기에, 마지막 화끈한 장면이 지나간 후 관련된 인물들의 후일담이 소개되는 부분도 좋았다.


14. Mister Yummy

요양원에 거주하는 두 노인이 등장하는 단편인데, 한 노인이 다른 노인한테 최근 자신이 겪은 초현실적인 체험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스티븐 킹은 집필 예정인 작품의 아이디어를 남에게 말하는 것을 꺼린다고 하는데, 이 단편은 너무 맘에 들어서 남에게 말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이 단편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건성으로 읽으면 이 작품이 왜 좋은지 느낌이 안 올 수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작품의 흥미로운 부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감이 안될 수도 있겠지만.)

개그가 끝난 뒤 이해가 안돼서 추가설명을 들어야하는 개그는 실패한 개그라고 하던데, 읽어도 이해가 안돼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하는 소설은 실패한 소설일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단편 "Mister Yummy"에서 성적 욕망과 죽음을 연결지은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킨 필력에 나는 그만 반하고 말았으니까.


15. Tommy

소설이 아닌 시다.

미국 역사에서 격동의 1960년대를 함께 했던 친구의 죽음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스티븐 킹의 1999년 중편집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마지막에 수록되었어도 꽤 어울렸을 것 같은 내용이다.


16. The Little Green God of Agony

엄청난 부자가 불행한 사고로 침대 신세를 지게 된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엄청난 재력만큼이나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되고, 부자는 의사들의 치료 권고를 불신하기만 한다.

저택의 침대에 누워만 있는 부자에게 고용된 간호사는 이 부자 양반이 꾹 참고 물리치료만 잘 받으면 될 것 같은데 인내심도 없이 늘 징징거리는 모습에 어이없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는 고통을 밖으로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사를 초빙하기에 이르고, 옆에서 지켜보던 간호사는 또 다시 어이없어 한다~~!

이 소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고통에 엄살 떠는 부자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간호사의 시선이 사이비(?) 목사의 등장에 절정으로 치달았다가, 어쩐지 목사가 주장하는 고통 박멸 이론에 귀가 솔깃해지고, 목사의 고통 박멸 쇼가 펼쳐지며 급변하는 주변상황에 후덜덜거리는 과정이 시원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이 소설이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스티븐 킹은 독자들에게 태연히 말한다.

"손님, 영업 끝났습니다. 셔터 내립니다." 그러고는 드르륵~ 쿵~!

한창 재미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영업장 밖으로 내몰리게 된 나는 안타깝게 셔터문을 두들기며 애원할 수 밖에 없다. ㅜ_ㅜ

"스티븐 킹 사장님, 아직 영업 안 끝난 거 알아요. 거기 안에서 아직도 무슨 소리 나는 거 다 들리거든요? 한창 재미있게 노는 것 같은데, 왜 이러세요? 오픈 더 도어 플리즈..."

하지만 이미 끝난 소설은 이미 끝났을 뿐이고... ㅜ_ㅜ

간호사의 운명이 어찌되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녀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좋은(!)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

이 단편소설은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에서 만화로 연재되기도 했다.


17. That Bus is Another World

운명을 바꿔줄 지도 모르는 일생일대의 사업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온 남자가 택시에 탑승하고 막판에 교통 체증에 갇히게 된다.

회의시간에 늦을까봐 너무나 초조해하던 남자는 옆 차선의 버스로 우연히 시선을 돌리게 되고, 그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주인공의 초조한 심리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억센 소설이다.

주인공이 시시각각 느끼는 심정의 변화를 따라서 나도 고민하고 흥분하고 답답해하면서 정신없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꽁꽁 얽혀버린 두꺼운 밧줄을 단칼에 끊어버리듯, 스티븐 킹이 소설 결말을 가차없이 냉정하게 마무리지어서 더 감정적으로 여운이 남았다.

어떤 소설을 읽고 나면 내가 만약 주인공의 상황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데, 이 단편이 바로 딱 그런 종류의 소설이었다.


18. Obits

단편 "Obits"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사망기사를 작성하면 그 대상자를 실제로 사망하게 만드는 초능력을 보유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우연히 자신의 초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 능력에서 쾌감을 느끼며 행복한 인생을 만끽하는 과정이 흥겹게 펼쳐진다.
(이 소설을 읽던 한국의 독자들은 갑자기 등장하는 한국 관련 단어에 빙그레 웃음지을 수도 있다. 나는 헐~ ㅋㅋㅋ 였다.)

그러다 주인공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명심해야할 사람은 스파이더맨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 소설의 이야기 구성이 장르소설에서는 익숙한 것이지만, 읽는 순간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그 재료를 다듬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은 진리 중의 진리다.

그리고 결말에서 주인공이 최선을 다한 선택의 결과가 소개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나른하고 애잔한 분위기도 좋았다.

나만 이 단편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아니었다.

단편 "Obits"는 최우수 단편소설 부문으로 2016년 에드거상을 수상했다.


19. Drunken Fireworks

호숫가에 사는 두 집이 해마다 여름이면 불꽃놀이를 펼치게 되는데, 상대편보다 더 멋진 불꽃을 선보이려는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혼란의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이야기다.

두 집 중 상대적으로 재력이 처지는 집안 가족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불꽃놀이 경쟁에서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막강한 폭죽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중국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엄청나게 묘사된다.

특히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폭죽의 위력이 발휘되는 장면에서, 그 상황의 분위기를 깨알같이 묘사하는 스티븐 킹의 필력이 엄청나서 나는 ㅋㅋㅋ거리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불꽃놀이 경쟁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위기를 부드럽게 해결하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운 단편소설이었다.


20. Summer Thunder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에 단편 "Summer Thunder"가 맨마지막에 위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너무 우울한 내용이기 때문일까?

종말을 맞이한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쓸쓸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반전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종말로 인하여 조용해진 세상에서 조용한 세상 나름의 순리에 따라 자연스러운(?) 인생의 수순을 밟아나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는 그 우울한 분위기에 젖어 한 동안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종말로 망한 세상이 나오는 소설에서는, "스탠드",  "나는 전설이다" 같은 소설도 그렇고, 개가 중요한 친구로 등장하는 걸 보게 되는데, 고양이가 중요하게 나오는 소설도 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_-;;;;;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에 수록된 20편의 작품을 다 살펴보았다.

스티븐 킹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멋진 단편집이었다.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안겨줄뿐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한테는 많은 격려가 되는 단편집일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작품해설에서는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방법, 그 아이디어를 이야기의 형태로 다듬는 과정 등이 소개되어 있어서 글 쓰는데 유익할 것이다.
(소설 아이디어가 나타나는 과정을 컵과 손잡이에 비유한 설명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출판사에서 "유혹하는 글쓰기 - 실전편~!!!"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판매해도 좋을 것 같다. ^^;;;;


p.s. 단편집 "The Bazaar of Bad Dreams"는 미국에서 양장본에 이어 문고본이 출간될 때 "Cookie Jar"라는 단편소설이 추가되었다.

단편소설 "Cookie Jar"에서 13살 소년은 가장 나이 많은 친척을 방문하여 친척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들어보라는 학교 숙제 때문에, 요양원에 있는 90살 증조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증조할아버지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자살하고 나서 간직한 도자기 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옛날 맛있는 쿠키가 담겨있던 도자기 병에는 쿠키를 나눠먹는 어머니와 아들의 따스한 추억만이 남아있을 것 같지만, 증조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13살 소년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이상하고 기괴한 내용이었다!

평범해보이는 어머니의 작은 소품에는 거대한 배경설정이 깔려있고, 단편소설인만큼 그 거대한 배경의 일부만이 공개된 채로 끝난다.

마지막에 증조할아버지가 13살 소년에게 하는 행동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고, 과연 13살 소년이 그 후 어떻게 행동했을지 너무 궁금하다.

언젠가 스티븐 킹은 본인이 쓰는 소설마다 다크 타워 시리즈와 연결되어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어쩐지 다크 타워 세계관과 이어지는 것 같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p.s. 이 단편집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악몽을 파는 가게"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을 번역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