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d Through the Keyhole (다크 타워 8)

작품 감상문 2015. 2. 17. 02:30 posted by 조재형

The Wind Through the Keyhole

The Dark Tower 8

(2012년 장편소설)


1999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음의 위협을 겪고 생환한 스티븐 킹은 하마터면 다크 타워 시리즈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을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작가생활을 하는 동안 어려워하면서도 꾸준히 집필을 지속했던 시리즈이기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어느 때든지 작가 본인이 사망하게 되면 다크 타워 시리즈가 영원히 미완성인 채로 종료된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교통사고 이후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었다고 판단되자, 다크 타워 5, 6, 7탄을 한꺼번에 집필하여 시리즈를 완결지었다.

그런데 그 후 시간이 흘러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크 타워 4탄과 5탄 사이에 공백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공백을 채울만한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를 집필하게 된다.

그 결과로 다크 타워 8탄 "The Wind Through the Keyhole"이 발표되었으며, 작품의 시간 흐름상 다크 타워 4탄 결말과 다크 타워 5탄 처음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스티븐 킹은 다크 타워 4.5탄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다크 타워 4탄에서 여러 가지 모험을 겪은 후 총잡이 롤랜드와 동료들은 다크 타워 8탄 "The Wind Through the Keyhole"에서 다크 타워로 가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 맹렬한 폭풍을 만나게 되어 롤랜드 일행은 간신히 은신처를 찾게 되고, 폭풍의 위세 때문에 한 동안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하는 동료들은 롤랜드한테 재미있는 얘기 해달라고 조르게 되는데... 과묵하면서도 은근히 말이 많은 롤랜드는 흔쾌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은근히 말이 많은 롤랜드이기에 이야기를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나 들려주는 배려를 해준다.

 

첫 번째 : 청소년 시절 롤랜드가 직접 체험한 이야기.

사람이 짐승으로 변신하여 살육을 일삼는다는 해괴한 첩보가 접수되자, 롤랜드는 동료와 함께 소문의 진원지인 변방지역으로 파견되어 사건의 진상을 수사한다.

 

두 번째 : 어린 시절 롤랜드한테 어머니가 읽어주던 모험이야기.

11살 소년 팀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위험한 숲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게 되고,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살아가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집안에 불행이 이어진다.

팀은 불행을 타개하고자 숲으로 뛰어들게 되고, 그 숲은 순진한 소년을 노리는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하기만 하다.

 

다크 타워 8탄 "The Wind Through the Keyhole"은 첫 번째 이야기의 전반부와 후반부 안에 두 번째 이야기가 들어가있는 샌드위치 형식으로 되어있고, "모험과 환상의 세계"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만큼 책장을 자꾸만 넘기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The Wind Through the Keyhole"에서 두 번째 이야기의 분량이 꽤 많은데, 11살 소년 팀의 모험에서 묻어나는, 오래된 미래 같은 다크 타워 시리즈 특유의 신비로운 세계관이 매력적이다.

과학과 마법이 오랜 세월동안 함께 찐~하게 발효되어 이제는 어느 게 과학이고 어느 게 마법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이상한" 형태로 존재하고, 그런 낯선 세계 속에서 홀로 모험을 감행하며 온갖 위험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팀의 모습이 스티븐 킹의 강력한 글빨로 그려진다.

특히 모험을 떠나며 비장의 무기를 손에 넣는 장면에서는 전율이 느껴졌는데, RPG 게임에서 보스 괴물을 만나기 직전에 신무기를 획득할 때와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팀의 이야기는 신비로운 요소들이 거듭 출몰하는 모험 그 자체도 좋았을뿐만 아니라, 큰 위험을 넘기고 잔잔한 여운을 느낄 때 뜬금없이 터지는 스티븐 킹의 블랙유머도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청소년 롤랜드의 범인 찾기는 용의자가 상당히 많은데다 범인이 잔머리까지 쓴다면 이야기의 분량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었고, 이야기 속에서 청소년 롤랜드도 여러 번 걱정하던 부분이었는데, 스티븐 킹은 이 이야기를 짧고 굵게 가져가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살인을 거듭하는 변신인간을 찾기 위한 롤랜드의 이야기는 매끄러운 전개를 거치며 긴장감을 높여갔고, 총잡이들에 대한 변방지역의 충성심이 약해지면서 반란의 기운이 높아져가는 시대적 상황까지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묘사도 굿굿굿 배리 굿이었다.

청소년 롤랜드가 살인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진범을 가려내는 장면에서는 예전에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괴물(The Thing)"을 봤을 때 느꼈던 긴장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숨죽이고 소설을 읽어나갔고, 깔끔하고 담백한 결말까지 만족스럽게 이야기를 폭풍흡입했다.

소설 "The Wind Through the Keyhole"은 스티븐 킹의 다른 장편소설에 비해 분량은 적은 편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2편을 효율적으로 압축시켜놓은 알찬 작품이다.

다크 타워 시리즈를 7탄으로 완결한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발표한 소설인데도, 시리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을 능숙하게 뽑아내는 스티븐 킹의 능력에 감탄했고, 스티븐 킹은 맘만 먹으면 다크 타워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The Wind Through the Keyhole"에서 한 등장인물의 상황을 마무리하는 장면에서 스티븐 킹은 "이 등장인물한테는 훗날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나는데 뭐 그건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으니, 이만 안녕 ㅋㅋㅋ"라고 독자를 약올린다... 그 이야기도 읽고 싶으니까 약올리지만 말고 집필해달라고! 해줘, 해달라고, 해달라고요 ㅜ_ㅜ

다크 타워 5, 6,7탄의 경우 시리즈를 완결시켜야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집필한 탓인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 같은 여러 장면과 등장인물이 다소 간략하게 처리되면서 결말을 향해 촉박하게 앞만 보고 질주한다는 인상을 받곤 했는데, 완결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여유롭게 집필한 다크 타워 8탄 "The Wind Through theKeyhole"은 이야기의 짜임새가 한층 풍성해진 인상을 받았다.

나는 다크 타워 3탄 "황무지"를 시리즈 최고 작품으로 여기는데, "The Wind Through the Keyhole"를 읽으면서 "황무지"를 읽었을 때처럼 재밌었다.

스티븐 킹은 다크 타워 시리즈 전체를 다시 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는데, 혹시라도 정말 전체적으로 개정된다면 다크 타워 시리즈의 모습은 또 어떻게 미묘하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다크 타워 8탄 그레이트~!!!!